재의 수요일
의미
사순시기를 알리는 재의 의식은 384년 경 로마에 등장한 전례로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기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초기에 재의 의식은 수요일이 아닌 주일에 거행됐다. 그러나 서방 교회에서는 주일에 단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36일밖에 되지 않았다. 6세기 초부터, 40일에 맞춘 사순 첫 주 수요일부터 단식을 시작하게 되었다.‘재’는 원래 유대인들의 참회표지였다. 사순절의 가장 큰 의미는 참회와 자기부정이다.
재의 수요일에 교인들은 재를 이마에 바르고, 죄를 고백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고난을 40일간 묵상하는 사순절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때 사용한 재는 한 해 전, 종려주일에 사용하였던 종려 나뭇가지, 곧 성지聖枝를 모아서 태운다. 재는 자신을 모두 태워버린다는 의미가 있고, 사순절기에 하나님께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자신을 온전히 태워 드리는 삶, 참회를 통한 정화와 순수, 티끌과 같은 유한성 등을 의미한다. 재를 받을 때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창 3:19).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욥 42:6)라고 고백한다. 예수님께서도 회개를 ‘재에 앉아 회개’ 하는 것으로 묘사하셨다(마 11:21).
§ 기도
당신을 감히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며 높은 하늘에 올랐지만, 저는 또한 제가 얼마나 낮고 천한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나이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아프게 해드렸는지 잘 알기에, 저 또한 아파하면서 제가 저지른 모든 일들을 눈물로 뉘우칩니다. 아울러, 저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하지 않고서는 감히 당신께 용서를 빌 권리가 없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온 인류가 용서받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먼지임을 기억하라
1 - 첫째 날
§ 성경말씀
14여호와는 아시거든, 우리가 빚어진 꼴을. 기억하고 계시거든, 우리가 티끌이라는 것을.
15사람은 그 날들이 풀 같아서, 들꽃처럼 그렇게 피지. (시편 103편 14-15절)
§ 묵상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빚어내십니다.
당신의 은총이 스며들 수 있도록 우리를 겸손한 그릇으로 만드십니다.
두 가지를 기억하십시오.
첫 번째,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교만함과 씨름하시며 우리가 하나님의 은총을 찬미하고 기억하려는 몸짓을 끊임없이 북돋우신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먼지처럼 가벼운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금욕주의적인 생각이나 자기비하가 아닙니다.
오히려 옛 자아의 완전한 죽음과 은총의 절대성입니다.
이 두 과정을 거쳐 우리는 가벼워지고 옛사람으로부터 자유해지며, 은총을 누릴만한 겸손한 그릇이 됩니다.
아빌라의 테레사는 “우리가 주께 바라는 모든 것을 대뜸 들어주시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겸손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해도 그런 은총을 받을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견고한 진과 같던 자아가 그 두 가지를 기억함으로써 가벼워질 때 우리는 경쾌하고도 자유롭게 모든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테레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과 일치하는 길을 7공방이라는 단계로 표현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방, 초신자의 상태가 머무는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다섯 가지 지침을 주었습니다.
1) 겸손하라
2) 매일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라
3)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마라
4) 질서 있게 일을 해라
5) 진심으로 기도하라
깃털처럼 가벼워지십시오.
가벼워지면 바다 한복판에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므로 우리는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 바다 같은 세상에서 가볍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고통과 슬픔, 사랑과 기쁨, 이 모든 것을 두 손으로 고이 받들며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사랑의 훈련을 통해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가 보여주었던 사랑이 무엇인지를 더욱 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소망하며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주님, 저는 가볍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어떻게 인도하시든지 저는 준비되어 있고 괜찮습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주님이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사막교부와 함께하는 묵상
나는 땅 위에 펼쳐진 악마의 그물을 모두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누가 그것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자 한 목소리가 내게 들려 “겸손이다”라고 말했다.
- 안토니오스
§ 기도
주님,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깃털처럼 가볍게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가 먼지 같은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결 고운 소금 같은 겸손함으로
끊임없이 녹아지도록 허락하소서